망상장애 어떻게 대처할까? 김일성 아들을 주장하는 노인 사례

밀린 서류를 정리하고 있는데 오늘도 센터 앞을 지나던 어르신이 들어왔습니다. 전부터 종종 들르시는 분이라, 커피 한 잔을 권유하고 잠시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이분은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펼쳐서 또 뭐가 문제일까 생각을 했는데, 그냥 들어주기만 해도 되는 상황인데 굳이 바로 잡으려고 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몇 마디 들어줬습니다. 지금은 "주간 보호센터"에 다니고 있습니다.
나이는 70대이고 6,25때 남한으로 내려왔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도 공부하고 미국 유학도 다녀왔다고 하니 과거에는 아마 엘리트 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엉뚱한 주장을 하고 있는 어르신입니다. 본인이 김일성의 아들이고 장성택은 자신의 고모부라고 합니다. 김일성의 숨겨진 여성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평소에는 굉장히 평화로운 얼굴이고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분의 계속된 주장 때문에 한 번은 큰 소동을 일으킨 적도 있습니다. 

복지관에서 식사를 하는 도중에 계속 그런 주장을 하니, 뒤에서 식사하던 한 노인이 숟가락으로 머리를 때려서 피를 흘리게 한 적이 있습니다. 센터장과 사회복지사가 달려가서 수습은 했고 병원에 데리고 다니면서 치료도 했지만, 혹시라도 또 그런 일로 피해를 입을까봐 걱정됩니다. 

이 증세는 <망상 장애>이거나 <과대 망상> 일 수가 있습니다. 치매를 앓으시는 분들이 이런 증세를 보이기도 합니다.
정신 건강 의학과 전문의들의 글을 참고하여 이 증상을 분석해봅니다.

1. 흔들리지 않는 절대적 확신, 망상 장애와 과대 망상

이 어르신의 증상은 과대 망상일 가능성이 큽니다. 과대 망상이란 자신의 권력 신분 능력 또는 유명인과의 관계를 사실과 전혀 다르게 과장하고, 일을 추후의 의심도 없이 믿는 정신과적 증상입니다. 단순한 거짓말쟁이나 허풍쟁에는 상대방의 구체적인 증거를 대면, 압박하거나 물리적인 위협 예를 들면 위에서와 같이 숟가락으로 머리를 맞는 상황 이 되면 멈출 수가 있습니다. 자신의 이익이나 안전을 위해 거짓말을 초래하는 능력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망상은 다릅니다. 단순한 착각이나 고집이 아니라 환자의 뇌 속에서 이미 단단한 객관적 사실로 고착된 상태입니다. 주변에서 유전자 검사 결과를 들이밀거나 역사적 모순을 지적해도 이런 망상이 깨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남한 정부와 복지관 사람들이 내 진짜 신분을 감추고 나를 암살하려고 음모를 꾸미는 것이다.'라고 피해 망상을 덧붙여 자신의 논리를 방어합니다. 심지어 위대한 혈통인 나를 시기하고 억압하려는 세상의 핍박으로 왜곡되어 수용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2. 수십 년간 일관된 주장, 체계화된 망상의 특징

특히 주목할 것은 이 주장이 오랜 세월 동안 시종일관 지속되어 왔다는 점입니다. 노년기에 접어들어 갑자기 발생한 치매, 알츠하이머 등 뇌경색으로 인한 인지 기능 저하의 경우, 망상의 내용이 자주 바뀌거나 횡설수설하며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이 어르신처럼 김일성의 아들이자 장성택의 조카라는 구체적인 인물 관계도를 수십 년간 유지하는 것은 체계화된 망상의 전형적인 형태입니다. 

망상장애 환자들은 특정 망상 주제를 제외하고는, 놀라울 정도로 논리적이고,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하며, 대화도 유창하게 잘 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복지관의 스스로 걸어 나와 식사를 할 수 있는 신체적, 사회적 기능이 유지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어르신의 경우 젊은 시절 발병한 망상 장애 과대 증상이 치료되지 않은 채 노년기까지 만성화되었거나 혹은 조현병의 음성 증상, 사회적 고립 등은 비교적 약하고, 망상 증상만 두드러진 형태로 나이를 먹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3. 왜? 하필 김일성과 장성택일까? 망상 뒤에 숨어 있는 심리

정신의학에서 망상의 내용은 그 환자가 살아온 시대적 배경과 마음속 깊은 곳에 결핍을 반영한다고 봅니다. 70대 노인이라면 냉전 시대의 남북 대립의 역사 속에서 평생을 살아온 세대입니다. 그들에게 김일성과 장성택은 공포의 대상인 동시에 뉴스 중심에 있던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자들입니다.
과대 망상은 극심한 열등감 무력감 혹은 현실에서의 고립과 실패를 보상받기 위한 무의식적인 방어 기재로 발생합니다.

 현실의 나는 이렇게 초라하지만. 무의식은 그 비참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입니다. 뇌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하여 거대한 가짜 현실을 창조해 냅니다. 내가 지금은 이렇게 초라하게 살고 있지만 사실은 저 위대한 권력자의 핏줄이다라는 망상을 믿음으로써 현실의 고통과 초라함을 보상받고 자존감을 유지하려는 슬픈 생존 본능인 셈입니다. 숟가락으로 머리를 맞아가면서 끝까지 그 지점의 주장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망상을 포기하는 순간 마주해야 할 현실의 자아가 너무나도 고통스럽기 때문입니다.

4. 복지관과 주변 이웃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러한 어르신을 마주할 때 어떤 분들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말이 통하지 않고 주변 분위기를 해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체적 폭력은 절대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노인의 피해 망상을 자극해 더 큰 충돌을 낳을 뿐입니다

첫째, 정면 논박은 금물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정신 차리세요.' 이렇게 이성적으로 설득하려 하거나 화를 내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망상 질환자에게 망상을 부정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것과 같은 공포를 주는 것입니다.

둘째, 동조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비위를 맞춰 준답시고 '아이고 왕자님 오셨습니까?' 하고 장단을 맞추면 노인의 망상은 더욱 현실감 있게 강화됩니다.

셋째, 감정에만 공감하고 화재를 돌려야 합니다. 노인이 그런 주장을 할 때는 "어르신 대단한 신분이라고 생각하시니 마음이 든든하시겠어요. 오늘은 반찬으로 나온 생선 구이가 참 맛있어 보이는데 식사마저 하실까요?" 하는 식으로 그가 느끼는 감정의 자부심을 살짝 인정해 준 뒤 현실의 대화로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 현명합니다.

5. 숟가락 폭력보다 시급한 것은 치료와 격리입니다

이 어르신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비난이나 폭력이 아니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약물치료입니다. 안타깝게도 망상장애는 수십 년간 만성화되면 완치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항정신병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망상의 강도가 옅어지거나. 설령 속으로 그렇게 믿더라도 겉으로는 발설하여 타인과 마찰을 일으키는 행동 망상에 외재하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복지관이든 주간 보호 센터든 공공의 공간에서 반복적인 충돌과 폭력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면, 복지관 사회복지사나 지자체의 정신 건강복지센터에 연계하여 어르신의 가족을 찾거나 지자체 차원에서 정신과적 개인 및 사례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머리에 가해진 숟가락 폭력 같은 사태는 노인의 망상을 고치지 못합니다. 따뜻한 격려와 격리와 전문적인 의학적 도움만이 노인과 이혼 모두를 평화롭게 지키는 유일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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